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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ATM 기기를 재활용하는 마이너 직업,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마이너 직업 2025. 7. 15. 12:20
사용 종료된 ATM, 공공 기기, 무인 설비를 수집해 도시 환경에 맞게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설치하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라는 마이너 직업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직업이 수행하는 역할, 진입 경로, 수익 구조, 그리고 도시 재사용 문화에서의 중요성을 소개합니다.
금융 업무를 위해 ATM기를 이용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도시 곳곳에서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폐쇄된 ATM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대면 결제의 확산, 모바일 뱅킹의 대중화, 지점 통폐합에 따른 장비 철수로 인해 은행과 공공기관이 설치한 수많은 무인기기들이 제 기능을 잃은 채 도심 한복판에 남겨지고 있습니다. 이 기기들은 한때는 금융의 상징이자 공공 편의의 정점이었지만, 지금은 잉여 구조물로 취급되어 방치되거나 철거 대상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물들을 ‘도시의 쓸모를 잃은 유산’이 아닌 ‘가능성을 남긴 매개체’로 바라봅니다. 바로 이 시선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마이너 직업이 있습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운영 종료된 도시 장비들을 발견하고, 이를 해체하거나 변형하여 새로운 기능을 가진 공공 장치로 되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다루는 대상은 단지 ATM 기기뿐만이 아닙니다. 고장난 무인 민원기, 버려진 터치스크린 안내기, 비어 있는 키오스크 하드웨어 등도 그 범주에 속합니다.
이 직업은 폐기 예정된 도시 장비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재생 디자이너이자, 기술을 재조립하는 도시기술 아티스트이며, 동시에 공공공간의 의미를 다시 설계하는 문화기획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며,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 도시에 왜 이런 직업이 필요한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마이너 직업 중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도시 환경에 방치되거나 수명을 다한 각종 공공 장비를 수집하고, 그것을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하여 도시의 새로운 기능성 구조물로 전환하는 사람입니다. 이 직업은 단순한 리사이클 작업자나 수리 기술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도시 장비에 담긴 사용의 역사, 장소의 의미, 기계의 구조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그것이 놓였던 맥락을 고려해 ‘새로운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복합적 설계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폐쇄된 ATM 기기를 벽체에서 분리한 후 내부의 금속 구조를 활용해 미니 전시장을 만들거나, 터치 스크린이 남아 있는 경우 이를 인터랙티브 지도 장치나 키오스크 예술 작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또한 키패드, 수신기, 본체 케이스, 카드 삽입구 등을 각각 해체해 별도의 용도로 전환하는 것도 이들의 작업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디자인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과 물성을 유지하거나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주로 폐기물 관리 업체, 건축 철거 현장, 공공 설비 유지관리부서, 도시 미술 프로젝트 현장 등에서 사용 종료 장비를 확보합니다. 확보한 장비는 해체 및 분석 과정을 거친 후, 필요한 부품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거나 전체적으로 리디자인해 도시공간에 재설치합니다. 설치 목적은 다양합니다. 노인들을 위한 무인 포토부스, 동네 작은 도서 공유 장치, 주민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전자 게시판, 어린이를 위한 인터랙티브 장난감 키오스크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작업이 단순히 시각적인 ‘업사이클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물리적 기능을 설계적 상상력과 결합해, 도시민의 일상 속에 다시 녹아들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냅니다. 이 장비는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다시 연결되는 새로운 매개체가 됩니다. 이 직업은 기술, 디자인,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다루는 도시 융합 실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마이너 직업 중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반드시 기계공학이나 산업디자인 전공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계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전자 장치 분해 및 재조립 경험, 도시 공간에 대한 감각, 그리고 공공성을 고려한 설계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이 직업은 매우 융합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건축, 디자인, 공공미술, 리사이클링 공예, 도시문화기획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주변에서 기능을 멈춘 장비들을 관찰하고, 그것이 가진 물성과 구조를 해석해보는 것입니다. ATM 기기를 예로 들면, 그 크기, 구조, 배치 위치, 주변 동선과의 관계, 접근성, 시각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이 모두 분석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중고 기기를 구매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철거 예정 장비를 확보해 분해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이후에는 소규모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리디자인 작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체한 키오스크 케이스를 커뮤니티 알림 게시판으로 재가공하거나, 벽에 고정된 터치스크린 구조물을 시각 예술 장치로 전환하여 마을 전시공간에 설치하는 작업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개인 블로그, 인스타그램, 노션 아카이브 등으로 꾸준히 기록하며 포트폴리오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지역의 도시재생지원센터, 공공디자인 공모전, 환경예술 레지던시 등에서는 도시 리디자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버려진 도시 구조물을 단순한 고철로 보지 않고, 하나의 ‘재사용 가능한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감각입니다. 이 감각은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의 출발점입니다.
마이너 직업 중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될까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대부분 프로젝트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도시환경 개선사업, 공공디자인 리디자인 프로젝트, 지역문화재단의 공간기획 사업, 혹은 비영리단체와 협업한 도시 장비 리뉴얼 캠페인 등에 참여하여 설계비, 기획비, 제작비 등을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이 외에도 사회적기업이나 도시문화 스타트업,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장비 재사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는 제품 판매, 디자인 저작권료, 교육용 키트 납품 등으로 수익이 발생합니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주목할 만한 수익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이 자사 캠페인용 장비로 폐ATM을 리디자인한 메시지 전달 장치를 사용한다면,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브랜드 디자인 파트너로서 기획비와 장비 구현 비용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기업은 자체 전시관, 팝업스토어, 체험 부스에 기존 장비를 창의적으로 리디자인한 콘텐츠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리디자이너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자체 콘텐츠화도 가능합니다. 리디자인 과정을 기록한 영상 콘텐츠, 장비의 과거-현재 비교 다큐, 도시 장비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담은 사진 아카이브 등을 기반으로 독립출판물, 전시 콘텐츠, 교육 자료로 확장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교육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 대상의 리사이클링 워크숍, 디자인 캠프, 도시 기술 해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강사료나 운영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직업은 고정 수익보다는 다원적인 프로젝트 수익 구조를 갖습니다. 하지만 도시 문제를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문화재단, 공공기관, ESG 기업 등과의 연결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설계자, 기술자, 기획자, 콘텐츠 제작자라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스스로 수익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창조형 마이너 직업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왜 마이너 직업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가 필요할까요?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과거에는 첨단 장비로 여겨졌던 ATM이나 민원 발급기 같은 무인설비들이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구조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앞서가지만, 남겨진 기계들은 도시 공간 속에서 낡은 유산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장비들이 실제로는 여전히 튼튼한 외형과 물리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존재입니다. 기술의 수명을 넘어선 장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방식으로 도시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이들은 순환 사회로 가는 실천적 길을 제시합니다. 특히 무분별한 폐기와 자원 낭비가 반복되는 도심 환경에서 이들의 작업은 환경적인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공간적 창의성과 문화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또한 도시에 남겨진 장비는 단지 기능적 장치가 아닙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시민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매일 현금 인출을 하던 직장인의 점심시간, 처음 체크카드를 만들던 고등학생의 설렘, 오랜만에 고향에 송금을 하던 어르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기능을 잃은 기계가 아니라, 잊힌 이야기의 매개체로서 장비를 복원합니다. 그 결과, 도시의 무채색 구조물들이 사람과 연결되는 공공적 장치로 다시 태어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단순히 기술 중심의 효율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사용되고 버려지는 이분법이 아니라, 순환되고 해석되는 도시야말로 진짜 지속가능한 도시입니다.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는 이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폐기물로 분류된 장비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 도시민과 다시 관계를 맺게 하는 도시 장비 리디자이너들의 작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도시 혁신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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