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전 건물의 마지막 기록자, 마이너 직업 ‘건축사전기록자’의 하루
건축사전기록자는 철거 직전의 건물을 문서화·사진화·스캔 작업을 통해 보존하는 마이너 직업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이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이 창출되는지, 그리고 이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 지어진 건물에만 관심을 둡니다. 고층 빌딩, 최신 디자인의 상업 공간, 세련된 인테리어가 주는 인상은 도시의 발전과 속도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건물은 철거되기 전까지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그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공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건축물은 철거되는 순간 모든 흔적이 사라집니다. 설계도도 남지 않고, 사진도 기록되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평지로 변해버립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록'을 통해 사라질 건물을 마지막으로 보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건축사전기록자’입니다.
건축사전기록자는 흔히 알려진 건축가나 사진작가와는 다릅니다. 이 직업은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 그 공간의 구조, 표면, 질감, 색감, 배치, 입면, 공간의 흐름까지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문서화하는 전문 작업자를 뜻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사진 몇 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마지막 순간을 보존 가능한 정보로 정리하여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글에서는 건축사전기록자라는 생소하지만 중요한 마이너 직업에 대해 실제 이들이 하는 일과 하루의 흐름, 진입을 위한 방법과 필요한 역량, 수익 구조, 그리고 이 직업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남기는지 서술형 정보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마이너 직업 중 건축사전기록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건축사전기록자의 주요 업무는 철거 직전의 건축물을 가능한 한 정확하고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기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다’는 수준을 넘어서 공간의 구조, 재료의 사용, 마감 상태, 조명 위치, 동선 흐름, 공간 내 사용 흔적 등 건축물 전체를 디지털 혹은 물리적인 정보로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들은 먼저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건물의 전경부터 시작해 입구, 계단, 벽체, 천장, 창호, 바닥 마감 등 모든 건축 요소를 카메라, 스캐너, 드론 등으로 촬영합니다. 일부는 3D 스캐닝 장비나 구조광 기술을 이용해 정밀한 입체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건축도면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직접 줄자와 측정기기를 사용해 평면도를 그리기도 하며, 구조 형태와 주요 치수를 필드 노트에 정리합니다.
사진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공간의 감성적 정보도 함께 기록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상가 건물의 유리문에 붙은 가격표,
창틀 사이의 먼지, 손때가 묻은 계단 손잡이,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그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까지 건축사전기록자는 공간에 담긴 ‘사용 흔적의 풍경’을 적극적으로 채집합니다.
이 모든 기록은 하나의 리포트로 정리되며, 디지털 폴더, 영상, 도면, 사진, 텍스트 문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아카이브됩니다. 이 기록은 도시재생 사업, 지역 아카이브 센터, 건축 연구소, 미술관, 출판사, 혹은 지역 주민의 개인 기록용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한 건축물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질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남게 됩니다.
어떻게 건축사전기록자라는 마이너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직업은 전통적인 건축 관련 직종과 달리 명확한 진입 자격이나 자격증은 존재하지 않지만, 기초적인 건축 이해와 관찰력, 기록력, 장비 활용 능력은 반드시 요구됩니다.
먼저 건축학, 실내건축, 조경, 공간디자인 등 관련 전공자에게는 확실히 유리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건축에 대한 감각과 기록에 대한 꾸준함이 있다면 충분히 활동 가능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처음 시작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나 자주 가는 건물의 구조와 공간 흐름을 관찰하고, 그것을 도면, 글, 사진, 드로잉 등으로 남겨보는 작업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블로그나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기록자로서의 정체성과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건축사전기록자는 흔히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차적으로 건축 사진가, 도시재생 기획자, 지역 기록단, 박물관 연구원 등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지자체나 문화재청, 국립현대미술관, 시립기록원 등에서는 사전기록 프로젝트를 외주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공모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응모하는 것도 유효한 진입 경로입니다.
무엇보다 이 직업에 필요한 자질은 세심함과 인내력, 그리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입니다. 건물은 단순히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렀던 기억의 그릇입니다. 그 기억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정리하려는 태도가 건축사전기록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마이너 직업 중 건축사전기록자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건축사전기록자는 프리랜서 혹은 1인 기획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 구조는 작업 단위에 따라 달라지며, 기록의 범위, 촬영 퀄리티, 도면 제작 여부, 영상 포함 여부 등에 따라 단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보통 소형 건물의 단순 사진 기록은 몇 십만 원에서 시작되며, 중대형 건축물의 풀 기록 작업은 수백만 원 단위로 책정됩니다. 특히 3D 스캐닝이나 VR 전환이 포함될 경우, 프로젝트 단가가 천만 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 외에도 기록 작업물을 바탕으로 출판, 전시, 영상 콘텐츠, 다큐멘터리 제작 등으로 2차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기록 리포트를 묶어 지역 건축 아카이브 도서로 출간하거나, 사라진 건물 시리즈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는 도시재생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에 외주 형태로 참여해 정기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월 고정 수익 구조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수익 자체는 직업 초기에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작업의 희소성과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경력이 쌓일수록 고급 작업자로 인정받는 구조입니다.
건축사전기록자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 마이너 직업 미래 가능성
이 직업은 단순히 '옛 건물을 촬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건축사전기록자는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마지막 존중의 흔적을 남기는 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간 집, 일했던 가게, 만남이 있었던 식당, 오래된 상가, 낡은 창고, 철거 예정 아파트 등
이 모든 공간은 우리 사회의 무형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지 않는 공간은 철거와 동시에
모든 기억이 사라집니다. 건축사전기록자는 그 기억을 붙잡고 보존 가능하도록 시각적, 구조적, 감성적으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 문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미래 도시를 설계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단지 외형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던 방식, 구조의 오류, 공간의 사용 흐름 등을 통해 건축의 본질을 되짚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도시 재생과 문화 유산 보존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건축사전기록자는 역사와 미래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마이너 직업이지만, 오히려 그만큼 진정성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하고 필요한 직업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