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속 낙서만 기록하는 마이너 직업,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구도심 엘리베이터 내부에 남겨진 낙서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마이너 직업입니다. 도시 속 비공식 언어를 수집하고 공간의 감정을 복원하는 이 직업의 의미와 가능성을 소개합니다.
구도심의 낡은 건물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안을 자세히 살펴본 적 있으신가요? 엘리베이터 내부의 벽면, 버튼 옆, 천장 틈새, 혹은 금속 손잡이 아래에는 때때로 누군가의 글씨가 남겨져 있곤 합니다. 아주 오래전의 누군가가 적어 놓은 전화번호, 고백처럼 보이는 문장, 누군가를 향한 원망, 유머 섞인 낙서, 또는 단지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한 이니셜. 대부분은 지워지고 겹쳐지고, 다시 그 위에 새로운 낙서가 올라앉으며 한층 더 흐릿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특정 시대의 분위기, 사람들의 정서, 혹은 도시의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문장들을 의미 있는 텍스트로 바라보고 수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입니다. 이들은 구도심 엘리베이터 내부의 낙서를 도시 언어의 일환으로 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며, 도시 속에 묻혀 있는 말 없는 감정의 흔적들을 수집합니다. 이 직업은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 숨겨진 텍스트의 조각들을 통해 도시의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는 감정의 언어를 되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낙서 수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공간, 언어, 감정, 도시사를 함께 엮어내는 일종의 감각적 기록자이며, 도시 문화 아카이브를 실천하는 실무형 큐레이터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라는 마이너 직업의 활동 방식, 작업의 철학, 진입 경로, 사회적 가치, 그리고 도시 문화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승강기 안의 낙서를 텍스트로 기록하는 마이너 직업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엘리베이터라는 독특한 공간에 남겨진 다양한 문장들을 수집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해석하는 일을 합니다. 이 문장들은 낙서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도시민의 감정, 의사소통, 외침, 혹은 침묵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도심의 엘리베이터에는 과거에 남겨진 문구들이 의외로 많이 남아 있으며, 이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당대의 정서와 공간 감각이 반영된 자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마이너 직업은 바로 그러한 낙서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언어 자료로 복원하는 작업을 합니다.
수집 대상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문장, 금전 거래에 대한 경고, 욕설, 애정 고백, 사적인 부탁,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반복된 낱말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텍스트들이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신 남겨진 글자 하나하나는 그 공간에서 일어났던 긴장감, 우정, 갈등의 작은 조각일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낙서의 형태와 크기, 글씨체, 사용된 도구, 위치, 주변 환경 등을 함께 기록합니다. 그리하여 단순히 문장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적 텍스트 문화를 분석하고, 도심 내 감정적 흔적이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를 살펴봅니다.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은 다른 공공장소보다 훨씬 밀접하게 인간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어, 이곳의 낙서는 실로 진솔하고 날것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비정형적인 감정 언어의 기록자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마이너 직업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직업 분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독립적으로 또는 도시 관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확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시의 작은 흔적에 주목하는 섬세한 감각과 언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낙서를 소중한 문화적 자료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 직업의 출발점입니다.
가장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자신이 거주하거나 자주 방문하는 지역의 낡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내부 벽면, 손잡이 주변, 버튼 옆의 공간에 남겨진 텍스트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위치 정보와 시간, 환경 등을 기록합니다. 반복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다 보면, 특정 지역이나 건물 유형에 따라 낙서의 형태나 내용이 달라지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표나 목록이 아닌 내러티브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도시 언어 아카이브가 형성됩니다.
이후에는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블로그나 뉴스레터, 전자책 등을 통해 발신하거나, 작은 전시 프로젝트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낡은 상가건물 열 곳의 승강기 내부 낙서를 모아 ‘도시의 어두운 속삭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거나, 낙서 문장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포스터 시리즈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기반 문화재단이나 도시기록 프로젝트에서 시민참여형 아카이빙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와 연계한 활동으로 발전시키기도 좋습니다.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실용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마이너 직업이며, 꾸준한 기록과 공감 기반의 발신력이 핵심입니다.
도시 언어 아카이브 마이너 직업으로서의 사회적 가치
승강기 안의 텍스트는 도시의 일상에서 매우 비공식적인 층위를 구성합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언어도 아니고, 제도적 문장도 아니며, 그저 누군가의 충동, 호기심, 또는 자기표현 욕구에서 비롯된 글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글자들은 익명성과 밀폐된 공간이라는 특성 덕분에 매우 직설적이며, 진심 어린 언어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이러한 감정 언어를 단순한 장난이나 훼손으로 보지 않고, 비가시적인 사회 정서의 텍스트화로 해석합니다.
이 마이너 직업의 사회적 가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라져가는 도시 언어의 흔적을 수집하고 보존함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하나의 감정적 도시사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공공공간 안에서 형성되는 익명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를 분석함으로써, 도시민의 심리와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관계와 긴장을 드러내는 텍스트들은 도시가 작동하는 심층 구조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문화콘텐츠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낙서로 구성된 시집, 엘리베이터 낙서 지도, 혹은 사운드 기반 콘텐츠 등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감각적인 도시기록 콘텐츠로서 출판이나 전시에도 적합합니다. 실제로 해외의 일부 큐레이터들은 화장실 낙서, 지하철 낙서 등 도시 내부의 사적 언어를 모아 콘텐츠로 제작한 바 있으며, 이는 도시 사회학, 언어인류학, 예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독창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문화 실천가의 한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이너 직업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 새로운 도시 기록자의 가능성
현대 도시는 점점 더 표준화되고, 효율과 정비를 우선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엘리베이터는 단지 사람을 수직으로 이동시키는 도구일 뿐이며, 그 내부의 낙서는 빠르게 지워지고 관리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도시를 이루는 감정과 기억은 표면이 아닌 가장 비공식적이고 작은 흔적에서 피어납니다.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그러한 감정의 미세한 흔적을 기록하고, 사라져가는 도시의 내면 언어를 복원하는 일을 수행합니다.
이 직업은 단순히 낙서를 예술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유한 감정, 경험, 또는 일상적 진실을 문장의 형태로 수집하고, 그것을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도시를 감각적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실천이며, 공식적인 콘텐츠보다 더 깊고 진실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기록은 도시계획자, 예술가, 연구자, 시민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승강기 텍스트 큐레이터는 마이너 직업이라는 틀 안에서 출발하지만, 그 활동은 결코 작거나 한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시의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무수한 감정과 말들을 연결하는 감성적 브릿지 역할을 하며, 도시의 기억을 언어로 저장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엘리베이터 안에는 지워지지 않은 작은 목소리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읽고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면, 도시는 단지 기능적인 공간이 아니라 감정의 기록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