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벤치의 흔적을 복원하는 마이너 직업,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사라진 휴게소 벤치의 흔적을 수집하고 복원하여 사람들의 잠시 멈춤의 기억을 기록하는 마이너 직업입니다. 작지만 깊은 도시 기억 복원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고속도로를 오가며 잠시 들렀던 휴게소, 그곳에서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벤치에 앉아 도시를 멀리 두고 숨을 골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짧은 정차 속 그 벤치에서 나눈 대화, 마신 커피, 멍하니 바라본 하늘은 기억의 배경이 되었지만, 정작 그 벤치 자체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벤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벤치 하나가 없어졌을 뿐이지만, 그 공간의 온도와 흐름,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함께 지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바로 그런 자취를 추적합니다. 사라진 휴게소의 벤치를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사람들의 존재를 잠시 고정시킨 기록물로 보고, 그 흔적을 수집하고 복원합니다. 이 직업은 마이너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기억 복원자에 속하며,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의 기억을 다시 호출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의도치 않게 지워지는 것은 바로 일상의 쉼표 같은 공간입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도시 속 잠시 멈춤의 장소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라졌는지를 분석하며, 벤치라는 구조물을 통해 도시의 정서적 지도를 다시 그리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생소한 마이너 직업의 실체와, 그들이 기록하고자 하는 도시의 ‘앉았던 자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고정 좌석은 도시 기억의 단서가 된다고 생각하는 마이너 직업

우리가 사용하는 도심의 가구 중 가장 오래도록 기능해온 것이 바로 벤치입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예술작품도 아니지만, 벤치는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연이 모이는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기관 앞뜰, 도심 쉼터에 배치된 고정 좌석은 단지 앉는 용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휴지점이자 장소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마이너 직업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특히 휴게소에 집중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공간이 매우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는 잠시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쉼 없이 이동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휴게소 벤치는 마치 정지 버튼처럼 작동하며, 그곳에서 잠시 멈춰 앉는 행위는 단지 육체적 휴식이 아닌 감정의 일시적 정박입니다. 이 작가들은 사라진 벤치의 설치 위치, 구조, 주변 환경, 이용자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추적하여, 그 좌석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를 시각적·서사적으로 복원합니다.

사라진 벤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에 남겨진 나사 구멍, 시멘트 색의 미세한 차이, 주변의 남겨진 피복 자국 등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미세한 물리적 흔적을 ‘자리의 기억’이라 명명하고, 기록 작업을 통해 그 기억을 복원합니다. 이를 위해 사진 아카이빙, 현장 스케치, 드론 촬영, 지면 분석 등을 활용하며, 이용자의 인터뷰나 당시 SNS 게시물 등을 수집해 간접적인 사용 기록도 정리합니다.

고정 좌석은 단순히 구조물이라기보다, 반복되는 도시 이용자들의 신체가 잠시 접촉한 정서적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 도시는 눈에 띄지 않게 어떤 리듬을 잃어버립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그 리듬을 다시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기억의 장소로서 벤치의 복원 작업을 하는 마이너 직업

이 마이너 직업에서 복원이라는 말은 단지 벤치를 다시 설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사라진 벤치가 있던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료화’하고, 그 자리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수행합니다. 이 작업은 도시계획이나 건축보수와는 달리, 비공식적이고 감각적인 기록에 더 가깝습니다.

먼저 작가는 과거 해당 벤치가 존재하던 위치에서 환경 변화를 관찰합니다. 햇빛이 드는 각도, 나무의 성장 상태, 주변 구조물의 변화 등을 분석하여 그 자리에 어떤 기능적·심리적 필요가 있었는지를 역추적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근처의 그늘진 곳에 설치됐던 벤치가 어느 날 철거되었을 경우, 작가는 그 주변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패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자리가 실제로 어떤 ‘멈춤의 기능’을 했는지를 구체화합니다.

이후 작가는 해당 공간에 대한 복원 도면을 그리거나, 증거 사진과 함께 아카이브북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일부 작가는 벤치가 사라진 공간에 투명 벤치 모형을 설치하여 ‘존재했으나 사라진 장소’임을 시각화하기도 하며, 디지털 3D 모델을 통해 복원 전후 모습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사라진 벤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복원의 핵심은 단지 물체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존재했던 의미와 사람들의 관계를 함께 불러오는 것입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일종의 도시 기억 복원가로서, 사람과 장소 사이에 생성됐던 ‘감정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마이너 직업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

이 마이너 직업은 도시의 기능적 측면보다는 정서적, 문화적 층위에 집중합니다. 특히 기억의 장소라는 개념은 도시 계획에서 종종 간과되곤 하는데, 벤치와 같은 일상 구조물은 그러한 감정의 매개체가 되기 쉽습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도시민의 이용 패턴과 감각적 행위를 토대로 공간의 잔재를 되살리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공공성을 만들어냅니다.

사라진 벤치에 대한 기록은 단지 예술적 행위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일부는 고속도로 관리청, 지자체 공공시설팀, 건축설계사무소 등과 협력하여 도시재생 및 공간복원 프로젝트에 실질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쉼의 패턴과 이용 동선에 맞는 벤치 재배치를 위한 자료로도 사용됩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수집한 사진, 인터뷰, 도면, 기록물 등은 후속 연구자나 도시문화 아카이브에서 귀중한 1차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와 같은 작업은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벤치에서 시작한 기록은 광장 한쪽의 분수대, 오래된 간이의자, 이동식 테이블 등으로 확대되며, 도시는 어느 순간 ‘기억의 가구’들로 다시 구성됩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도시가 기억을 지워내는 속도보다 더 섬세하게, 그 기억을 복원하고 연결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앉았던 자리의 시간, 그리고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이너 직업

누군가는 말합니다. 벤치는 앉아보지 않으면 존재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실제로 도시는 수많은 구조물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곳에 앉았던 감정과 시간이 더 큽니다. 그래서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기억에 남지 않는 장소를 다시 불러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단지 과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감각적 균형을 유지하는 실천가이기도 합니다.

이 마이너 직업은 기술이나 장비보다 감각과 정서적 민감성이 중요한 직종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지만, 그 깊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한 기록과 관찰, 그리고 도시를 바라보는 섬세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도시 연구자, 사진가, 시민예술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고정 좌석 아카이브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라진 벤치’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벤치는 단지 앉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잠시 멈추는 시간의 구조이자, 우리가 도시와 관계를 맺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이 사라졌을 때, 도시는 단지 기능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정서적 층위에서도 무엇인가를 잃게 됩니다. 고정 좌석 아카이브 작가는 그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며, 사라진 후에는 기억하게 합니다.

도시가 너무 빨리 바뀌고, 공간이 너무 쉽게 잊혀지는 시대일수록, 누군가는 ‘사라진 자리’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도시의 정서적 구조를 지키는 진짜 설계자일지도 모릅니다.